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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방까지 싸락눈이 치던 겨울. 아궁이 가득 군불을 지필 때만큼 행복한 기억은 없다. 아궁이 앞에 앉으면 샅과 허벅지가 뜨끈해지고 나무 타는 구수한 냄새는 잊었던 허기까지 되살려준다. 불꽃이 시든 후 아궁이에 묻어 둔 고구마를 꺼내 호호 불며 먹다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이제 그 시절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았다. 요즘은 시골집도 대부분 보일러가 군불을 대신한다.
군불 지피던 아궁이가 그립다면 숯가마를 찾아 떠날 일이다. 숯가마에서는 '호박(보석의 일종)'처럼 맑고 투명한 불꽃을 볼 수 있다. 참나무가 타면서 내는 구수한 냄새도 맡고, 인체에 유익한 숯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볼 수 있다. 요즘은 숯을 꺼낸 후 가마 속에서 원적외선 찜질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삼조의 겨울여행이 된다.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 고래골에 위치한 강원참숯은 횡성은 물론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참숯공장이다. 강원참숯의 역사는 30년. 국내 100여개의 참숯공장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가마는 14개다.
40년 째 숯을 굽고 있는 강원참숯 서석구 공장장(67)은 "예전에는 참나무가 많은 곳을 찾아 가마를 옮겼지만 교통이 편리한 요즘은 한자리에서 숯을 굽는다"며 "강원도 원주와 춘천, 충북 제천 등지에서 숯공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기술을 배워 나갔다"고 말했다.
강원참숯 공장에서는 매일 한개씩 숯가마를 열어 '타는 속'을 보여준다. 주말에는 찜질 손님을 위해 2개를 연다. 숯가마는 1주일 주기로 숯을 굽는다. 반나절 동안 가마 안에 참나무를 차곡차곡 쌓은 다음 가마 아궁이를 막고 위에만 조금 터놓는다. 이곳에다 불을 지핀 후 가마 속의 나무 전체에 불이 옮겨붙으면 아궁이 전체를 밀봉한다. 5일 후 아궁이를 헐어 하루 동안 숯을 꺼내고 다음날 하루 찜질장으로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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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골에서 나는 숯은 백탄이라 불린다. 흑탄은 가마를 밀봉한 채로 식힌 다음 숯을 꺼낸다. 백탄은 참나무가 밑둥치까지 타고 나면 아궁이 아래를 헐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한 후 숯을 꺼내 재로 덮어 식혀서 만든다. 산소가 공급되면 가마 속 온도는 최대 섭씨 1,300도까지 올라가며 숯 속에 남아 있는 유해물질이 완전 연소된다.
이때 산소를 공급하는 숨구멍을 통해 가마 속을 들여다보면 투명하면서도 붉은 숯덩이가 이글거린다. 숨구멍에서는 열기가 쏟아져 나온다. 숯이 영글며 토하는 아름다운 불덩이에 취하면 제 아무리 추운 날에도 온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글·사진/횡성〓김산환 기자 kangsan@hot.co.kr
[굿데이 200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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